EU 배터리법' 본회의 통과···코발트·니켈 등 배터리 원료 재활용 의무화

김혜란 기자
입력 2023-06-15 20:12


"새 배터리  생산때 나오는 폐기물도  활용"

韓업체 수혜 기대감 ...하위법령 예의주시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하 배터리법)이 EU 본회의를 통과했다. 초안보다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내용이 완화돼 국내 배터리 제조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지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은 내년부터 제정될 하위 법령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14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찬성 587표, 반대 9표, 기권 20표로 배터리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법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탄소발자국 제도 △리튬‧니켈 등 광물을 다시 쓰는 재생원료 사용 제도(배터리 광물 재활용) △배터리 생산·사용 등의 정보를 전자적으로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제도 등의 조항으로 나뉜다. 조항별 구체적 이행 방법 등을 담은 하위 법령들이 2024~2028년 사이에 제정될 예정이다.

특히 배터리 광물 재활용 부문은 우리 정부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부분이다. 과거 초안에는 무조건 다 쓴 배터리에서 나온 광물을 써야 했기 때문에 폐배터리 확보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EU는 새 배터리를 생산할 때 나오는 제조 폐기물(스크랩)을 활용해도 재생원료 사용으로 인정한다고 결정해 국내 업계가 한시름을 덜었다. 

현재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폐배터리 시장이 2025년부터 본격 개화할 것으로 본다. 평균 배터리 수명이 약 10~12년인 것을 감안했을 때 2025년부터 전기차가 대량 폐차되기 때문이다.

이때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공정 스크랩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삼성SDI는 2019년부터 천안, 울산 등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공정 스크랩에서 코발트, 니켈, 리튬 등 배터리의 핵심 원소재를 회수하고 배터리 제조에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이를 말레이시아와 헝가리로 확대했고 2025년까지 중국과 미국에서도 재활용 체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스크랩을 활용해 배터리 제조에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개발 중이다. 

이날 유럽의회에서 결정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원자재별 재활용 의무화 비율은 시 8년 뒤 기준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이다. 시행 13년 뒤에는 코발트 26%, 리튬 12%, 납 85%, 니켈 15%로 의무 비율이 높아진다. 이전부터 BMW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때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도 다수 유럽에 진출해 있어 새 배터리법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와 성일하이텍이 지난해 8월 폴란드에 준공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는 올해 상반기 내 가동된다. 성일하이텍은 헝가리에도 단독 공장을 갖고 있으며 독일과 스페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아직 하위 법령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결국 BMW에 이어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쪽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테스'를 통해 유럽에서 폐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다. 테스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법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처럼 단시간 내 의무 규정을 맞춰야 하는 건 아니라서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광물 재활용이나 배터리 여권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